INTERVIEW

그래, 이태원 감성은 이거잖아

이태원의 밤은 여전히 어지럽고, 혼란하고, 쉽게 달아오른다. 그 익숙한 리듬에서 한 발짝 비켜선 공간은 오히려 더 선명히 드러날 터. 한남동에 위치한 P.P 와인 역시 그렇다.  와인을 중심에 두고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를 나누고, 그 사이로 음악이 흐르는 이곳. 누군가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누군가는 처음 마주한 타인과도 어렵지 않게 말을 건넨다. 그렇게 쌓이는 […]

이 혜진

이태원의 밤은 여전히 어지럽고, 혼란하고, 쉽게 달아오른다. 그 익숙한 리듬에서 한 발짝 비켜선 공간은 오히려 더 선명히 드러날 터. 한남동에 위치한 P.P 와인 역시 그렇다. 

와인을 중심에 두고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를 나누고, 그 사이로 음악이 흐르는 이곳. 누군가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누군가는 처음 마주한 타인과도 어렵지 않게 말을 건넨다. 그렇게 쌓이는 수다와 시선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P.P 와인은 그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Q. P.P Wine은 어떤 공간인가?

A. 음악과 와인, 그리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즐기는 공간이다. 목, 금, 토에만 문을 여는데, 각자의 한 주를 바쁘게 보낸 사람들(저 포함)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Q. P.P Wine, 어떤 의미인가?

A. 태국의 피피(Phi Phi)섬을 아주 좋아한다. 어릴 적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비치>(2000)를 보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가보니 그 아름다움과 칠한 무드에 완전히 빠지게 됐다. 그 기억에서 출발한 이름이다.

Q. 인테리어 컨셉이 독특한데, 어떤 무드인가?

A. 이태원은 대체로 테크노나 힙합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이 많지 않나. 그 안에서 조금 다른 결을 만들고 싶었다. 이태원 속 작은 ‘피피섬’을 떠올리며, 조금 더 차분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원했다. 데킬라나 강한 주류보다는 와인 한 잔을 들고, 가볍게 몸을 맡기며 살랑살랑 즐기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Q. 음악 역시 이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DJ를 섭외할 때 기준이 있다면?

A. 매번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려고 한다. 또 최대한 다양한 결을 가진 DJ들을 섭외하려고한다. 내가 직접 음악을 틀 때도 마찬가지로, 디스코, 누디스코, 레게, 70–80년대 밴드 음악, 하우스, 소울, 펑크 등 그날의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유동적으로 플레이한다.

Q. P.P Wine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음악들이 공간과 어떻게 어우러지길 바라는가?

A. 음악은 단순한 BGM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생각이 담긴 하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DJ가 다시 믹싱해서 들려주면 또 새로운 작업물이 탄생하지 않나. 누군가의 작업물을 들으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수다를 나누고, 흥얼거리거나 춤을 추는 순간들이 생기길 바란다. 작은 공간 안에서 강한 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안에서 또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

Q. 와인의 매력이 무엇인가? 오가닉 와인과 내추럴 와인, 각각의 매력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A. 와인은 사람을 은은하게 취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생각할 시간을 주는 술이라고 느낀다. 향과 맛을 곱씹게 만들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모든 와인에는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추럴 와인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다. 정제나 여과를 최소화하고 첨가물 사용을 제한하다 보니, 포도 본연의 맛과 생산자의 개성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Q. 가장 좋아하는 와인(혹은 최근 빠진 와인)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내추럴 와인은 수량이 많지는 않다. 또 계속 새로운 걸 들여오다 보니 그때그때 좋아하는 게 달라진다. 그래도 최근 기억에 남는 두 가지를 꼽자면 ‘io cammino da solo’, 그리고 ‘take my coconut’. 

‘io cammino da solo’는 아카시아의 꿀 같은 느낌과 무화과 향이 인상적이었으며, ‘take my coconut’은 쥐라 지역 와인인데, 잘 익은 노란 과실과 망고를 한입 베어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와인이었다.

Q. 그날의 분위기나 손님의 취향 따라 와인을 추천해 준다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A. 먼저 손님들에게 어떤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는지, 혹은 와인을 잘 모른다면 어떤 느낌을 선호하는지부터 여쭤본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과일, 산미의 정도 등의 기준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것도 어렵게 느끼는 손님에게는 ‘어떤 기분을 느끼고 싶은지’까지 여쭤보기도 한다. 이후 서로 다른 결의 와인 세네 가지를 가져가 간단히 설명드리고,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다.

Q. 안주 메뉴를 구성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A. 기본적으로 와인이 중심이고, 음식은 그걸 받쳐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페어링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예를 들어 감자튀김 소스도 케첩 대신 치즈 베이스에 여러 재료를 더해, 와인과의 궁합을 고려한 뒤 만들었다. 메뉴 자체도 계속 수정하면서 ‘와인이랑 같이 먹었을 때 좋다’는 기준에 맞을 때까지 다듬는 편이다.

Q. P.P Wine을 운영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나?

A. 결국 사람이다. 와인이나 음악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각자의 삶에 조금이라도 힘이 전해졌으면 한다.

Q. 공간을 운영하며 이루고자 하는 것이나 지향점이 있다면?

A. 하나의 커뮤니티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요즘은 온라인 소통이 더 익숙해졌지만, 직접 만나 대화하면서 생기는 에너지와 아이디어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옛스러운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연히 나오는 것들의 힘을 믿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면서 얻는 에너지와 아이디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장소가 필요하다.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P.P Wine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어떤 장소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A. 매일 다른 장소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어느 날은 고향집을 방문한것처럼 편안하고 어느 날은 파티를 온 것처럼 흥겹고 그런 곳. 어느 날은 대화를 하고, 어느 날은 춤을 추고, 어느 날은 흥얼거리는 그런 공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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