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 TV

우리는 연기에 목숨을 걸었다

위험천만한 스턴트 연기를 떠올리면 당신의 머릿속엔 아마 톰 크루즈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의 벽을 뛰어다녔는데, 함께 영화에 출연한 사이먼 페그는 이를 두고 ‘시각적 섹스(ISEX)’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그의 스턴트가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준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톰 크루즈처럼 고난도 스턴트를 직접 수행하는 배우는 […]

이 채윤

위험천만한 스턴트 연기를 떠올리면 당신의 머릿속엔 아마 톰 크루즈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의 벽을 뛰어다녔는데, 함께 영화에 출연한 사이먼 페그는 이를 두고 ‘시각적 섹스(ISEX)’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그의 스턴트가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준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톰 크루즈처럼 고난도 스턴트를 직접 수행하는 배우는 드물다. 영화 속 화려한 액션씬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스턴트 배우들의 목숨을 건 도전이다. 초창기 영화에서도 스턴트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였으며, 이는 시대에 따라 발전해왔다.

무성영화 시대, 목숨을 걸고 연기한 배우들

스턴트의 시작은 1890년대 후반 무성영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CG나 와이어 없이 배우들이 직접 위험한 장면을 소화해야 했던 시기다. 특히 슬랩스틱 코미디가 인기를 끌면서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과 같은 배우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찰리 채플린은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낸 천재 감독이었으며, 정교한 계산과 리듬이 어우러진 슬랩스틱 연기의 대가였다. 그의 대표작 <모던 타임즈>와 <황금광시대>에서는 기계에 휘둘리거나 높은 곳에서 균형을 잡는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그 시절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은 단순한 몸개그가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었다.

무성영화-버스터키튼-스팀보트빌주니어-스턴트-스턴트맨-스턴트배우

하지만 채플린보다 더 과감하고 위험한 스턴트를 선보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버스터 키튼이었다. 그는 <장군>과 <스팀보트 빌 주니어> 등의 작품에서 기차 위를 뛰어다니고, 건물에서 추락하는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특히 <스팀보트 빌 주니어>에서 거대한 건물의 정면이 무너지는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위험한 스턴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문 하나 크기의 공간이 그의 몸을 비껴갔을 뿐, 조금이라도 위치가 어긋났다면 그는 아마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스턴트맨의 탄생과 발전

1920년대부터 전문적인 스턴트 배우, 즉 ‘스턴트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 무성영화 시절에는 배우들이 직접 위험한 장면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점 더 복잡하고 위험한 액션이 요구되면서 전문 스턴트맨이 필요해졌다.

야키마카너트-스턴트-스턴트맨-스턴트배우

1930~40년대에는 서부극이 인기를 끌며 스턴트 기술이 발전했다. 스턴트맨이자 스턴트 코디네이터였던 야키마 카너트는 스턴트맨을 위한 안전장치를 개발하여 스턴트 업계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스턴트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명예상을 수상했다.

스턴트맨협회-스턴트-스턴트맨-스턴트배우

1961년에는 미국에서 ‘스턴트맨 협회(Stuntmen’s Association of Motion Pictures and Television)’가 설립되며 스턴트 산업이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TV 드라마에서도 스턴트 액션이 많이 활용되었고, 스턴트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등장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스턴트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스턴트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이 본격적으로 확립되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CG와 와이어 액션이 발전하면서 스턴트 배우들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지만, 여전히 스턴트 배우들은 실감 나는 장면을 위해 위험한 스턴트 연기를 수행하고 있다.

스턴트도 하나의 예술이다

아카데미-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상-스턴트상-스턴트-스턴트맨-스턴트배우

2016년, 스턴트 배우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스턴트 부문을 신설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항의였다.

라이언 고슬링은 영화 <스턴트맨>의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오스카 스턴트 상을 신설하기 위한 거대한 캠페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턴트 액션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배우들이 헌신과 용기로 만들어내는 예술의 한 형태다. 시대가 변하면서 기술은 발전했지만, 스턴트 연기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과연 아카데미가 스턴트를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고, 공식적인 시상 부문을 신설하는 날이 올 것인가. 언젠가 오스카 무대에서 스턴트 배우들이 공로를 인정받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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