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 TV

4월, 시네필들은 이 영화를 발견했다

한국영상자료원 : 트립 시네마 – 물질, 접속, 조립 영화를 볼 때 ‘여기가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저것은 무엇인가?’ 하는 따위의 실존적 물음을 가질 때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이번 기획전 ‘트립 시네마: 물질, 접속, 조립’은 그런 종류의 여행이다. 이 낯선 감각을 만들어내는 영화들의 결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긴 러닝타임 끝에 도달하는 영역이 그러하고, 논리로 이해되지 않은 채 우리의 지각을 […]

이 혜진

한국영상자료원 : 트립 시네마 – 물질, 접속, 조립

영화를 볼 때 ‘여기가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저것은 무엇인가?’ 하는 따위의 실존적 물음을 가질 때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이번 기획전 ‘트립 시네마: 물질, 접속, 조립’은 그런 종류의 여행이다. 이 낯선 감각을 만들어내는 영화들의 결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긴 러닝타임 끝에 도달하는 영역이 그러하고, 논리로 이해되지 않은 채 우리의 지각을 흔들어 놓는 이미지들이 그러하다. 이번 기획전은 후자(지각의 전도)에 방점을 찍은 하나의 여정이다. 우리가 떠나는 이 새로운 영역은 대체로 흉폭하게 우리를 밀어 넣을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을 낯선 세계로 데려가는 매체였다. 낯선 곳은 언제나 인간을 강력하게 매혹하는 대상이었다. SF나 판타지 같은 장르들이 현실 너머 미지의 공간과 개념들을 가시화했다면, 어떤 영화들은 타인의 삶과 문화를 엿보여주고 때로는 전쟁과 폭력, 환각과 공포처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감각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번 기획전은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직접 가보지 못한, 가봤더라도 쉽게 말로 옮기기 어려운, 혹은 너무 위험해서 서둘러 떠나온 영역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상영한다. 

지금의 관객들, 아니 ‘나’의 하루를 돌아보자. 집으로 돌아가 숏폼 영상을 넘기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동 재생과 추천 알고리즘에 몸을 맡기며, 온갖 자극적인 영상들의 진위를 AI에게 되묻는다. 이미 우리가 지각하고 접하는 것들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고 매번 재조정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트립 시네마>는 환각을 재현하는 영화들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를 흔들고 다른 것과 접속시키고 새로이 배열해 가는 과정을 경험케 한다. 이때 겪게 되는 낯설고 기괴한 감각들은, 도리어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혼란스러운 환경을 반추하게 만들 것이다.

4월 8일 ~ 4월 30일, 한국영상자료원

서울아트시네마 : 신의 침묵과 인간의 얼굴 – 잉마르 베리만 회고전, 파트 1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잉마르 베리만의 회고전 ‘신의 침묵과 인간의 얼굴’을 개최한다. 스웨덴 출신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은 영화 감독이자 작가였고, 동시에 텔레비전, 연극, 오페라,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한 예술가였다. 

그의 데뷔작 <위기>(1946)에서 시작해 ‘신의 침묵 삼부작’의 완성인 <침묵>(1963)에 이르는 인간의 실존적 불안과 신앙의 위기를 다룬 작품과 <산딸기>(1957), <제 7의 봉인>(1956) 등 초기 대표작 열 편을 상영하는 첫 번째 회고전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후 두 번째 자리도 마련할 계획. 

베리만의 영화에는 사랑, 죽음, 질병, 신앙, 배신, 그리고 신과 악마, 인간의 조건 등 다양한 실존적 주제들이 있다. 그의 초기작에는 개인의 실존적 한계에 대한 발견, 신을 향한 고뇌 어린 탐색, 그리고 초월적·신성한 가치에 대한 불안한 갈망이 있다. 우화적인 간결함과 고전적인 명암 대비가 돋보이는 <제7의 봉인>은 막스 폰 시도우가 연기한 중세 기사가 ‘죽음’과 대면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실존적 투쟁과 종교적 회의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제7의 봉인>에서 <침묵>(1963)에 이르는, 그가 스스로 ‘신앙과 이단의 영화들’이라 불렀던 작품들은 실존적이고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지는 그의 초기 경력에서 정점을 이루는 대표작들이다. 

베리만은 이후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1961), <겨울 빛>(1962), <침묵>(1963)을 ‘신의 침묵 3부작’으로 묶는 것을 부정하기도 했지만, 이 세 편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신의 침묵이라는 주제가 심화되는 과정을 긴밀히 공유한다. 핵심은 결국 ‘신성’에게 느끼는 근원적 불안에 있다. 

베리만은 어떤 예술 형식도 영화만큼 우리 일상의 의식을 뛰어넘고, 우리의 감정을 향해 돌진하고, 영혼이 어둑어둑해지는 방 깊숙히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베리만의 영화를 만나는 것은 깊은 불확실성의 세계 속에서 종교적 예술의 힘, 성찰적 권능, 고양된 경험, 예술의 마법을 탐색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3월 27일 ~ 4월 12일,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 : 시네마토그래프의 비밀스러운 예술 – 로베르 브레송 회고전

로베르 브레송 감독은 1943년작 <죄악의 천사들>을 시작으로 유작 <돈>(1983)까지 13편의 장편 영화를 완성하며 현대 영화의 초석을 다진 혁신가였다. 그는 ‘시네마’ 대신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정밀 기계처럼 정확성을 제어하고 불필요한 수사 대신 최소한의 수단으로 최대한의 표현력을 끌어낸다는 것에 근거한다. <사형수 탈옥하다>와 <소매치기>의 시퀀스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손동작이나 최소한의 행동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포착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이렇게 촬영된 이미지들은 단일한 해석이나 닫힌 의미 대신 다른 이미지들과의 작용 및 반작용을 통해 영화 전체의 총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브레송의 영화에서 ‘우연’과 ‘은총’이라는 주제를 발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브레송은 영화를 ‘재현’이 아닌 ‘창조’의 영역으로 보았다. 그는 비직업 배우를 선호하여 흔히 직업 배우를 경시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실상 배우가 지닌 고도의 기술과 그들이 감내하는 모순적인 자질들을 깊이 존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소매치기>와 같은 작품에서 비직업 배우, 즉 ‘모델’을 고집한 이유는 영화를 통해 사건이나 행동이 아닌 감정 그 자체의 본질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브레송에게 전문 배우의 숙련된 재능은 오히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기도 했다. 그는 기계적인 무심함으로 대상을 기록하는 카메라가 오히려 인간 내면의 광채를 더 잘 포착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연극적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화가나 조각가처럼 작업했다.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래프는 표면적인 화려함을 걷어내고 가장 순수한 영화적 언어로 인간의 영혼에 다가가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를 두고 브레송과 함께 비로소 ‘순수 영화’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평하기도 했다.

 

9편의 영화로 꾸려진 이번 특별전 ‘시네마토그래프의 비밀스러운 예술’은 브레송의 영화가 만들어낸 특별하고 매혹적인 세계를 살펴보는 기회다.

3월 25일 ~ 4월 18일, 서울아트시네마

아트하우스 모모 : 노르딕 시네마 기획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3월 26일부터 4월 12일까지 동시대 북유럽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들의 대표작을 조명하는 ‘노르딕 시네마 기획전’을 진행한다. 북유럽은 민간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의 공적 지원, 국립 영화학교 교육 등으로 자국의 영화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으며 노르딕 5개국 영화 공동 제작으로 북유럽 영화 산업 육성에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압도적인 대자연과 미니멀한 도시를 심미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절제된 감정 표현과 서늘한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며 노르딕 누아르, 노르딕 블랙코미디 등 북유럽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아트하우스 모모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와 미학으로 독특한 감수성과 장소 정체성을 선보이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딕 5개국 영화 6편을 소개한다.

“‘장소성(sense of place)’은 단순한 공간(space)이 아닌 인간의 경험과 기억, 감정이 결합되어 특별한 의미와 정체성을 가지는 특성을 의미하며, 우리는 영화라는 재현의 예술을 통해 창작자가 발견하고 그려낸 장소를 탐험하고 그 장소의 바깥에서도 장소성을 온전히 느끼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기도 합니다. 노르딕 시네마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노르딕 5개국의 장소와 장소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 보면서 여러분만의 북유럽 영화 지도를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3월 26일 ~ 4월 12일, 아트하우스 모모

CGV 아트하우스 : 영화가 된 삶, 영화가 된 이름- 故 안성기 배우 추모전

“한눈 팔지 않고 영화에 매진했다. 극장을 찾아가 객석에 앉기까지 귀찮은 과정을 거쳐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고마움이 있다.” – 배우 안성기

2026년 1월 5일,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 안성기가 향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6살에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당시 김기영 감독은 친구의 아들이었던 안성기를 <황혼열차> 아역 배우로 캐스팅했는데.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배우 안성기’가 탄생했다.

아역 배우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서 소년특별연기상을 수상하며 한국인 최초로 해외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가 되었다. 충무로의 대표 아역 배우가 된 안성기. 그가 11년 동안 출연한 영화는 무려 71편에 달했다. 이후 성인이 된 안성기는 연기를 접고 한국외대 베트남어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그 꿈은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아역 배우’ 꼬리표를 떼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이후 임권택, 이장호, 배창호, 박광수 등의 거장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나갔다. 

CGV 아트하우스에서는 인생의 대부분을 영화에 바쳤던 배우 안성기의 추모전이 진행된다. 평소 극장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품들인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배우를 기리는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CGV아트하우스입니다. 오늘부터 [CGV압구정 안성기 관]에서는 故 안성기 배우 추모전이 진행됩니다. 언제나 더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나, 100여 편이 넘는 필모그래피 중에서 시대별, 연대기 순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최대한 엄선하여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번 상영작 중 아래 세 작품은 단 3회씩만 한정 상영됩니다. 그 외 작품들은 가능한 한 오랜 기간 최대한 상영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3월 25일 ~ 4월 14일,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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