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 TV

왜 사람을 울리고 그러세요?

현재 일본 영화계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일본 영화계는 애니메이션이 지탱해 왔고, 실사 영화는 국제적인 프로듀서 부족, 열악한 촬영 환경, 제작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명감독들이 이끌었던 황금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일본 영화계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예술 영화로 꾸준히 괄목할 성과를 낸 감독이 있다.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

이 채윤

현재 일본 영화계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일본 영화계는 애니메이션이 지탱해 왔고, 실사 영화는 국제적인 프로듀서 부족, 열악한 촬영 환경, 제작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명감독들이 이끌었던 황금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일본 영화계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예술 영화로 꾸준히 괄목할 성과를 낸 감독이 있다.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그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2023년 <괴물> 역시 칸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안도사쿠라-백엔의사랑-일본영화-일본여자배우-배우

흥미롭게도, 이 두 작품 모두에 출연한 배우가 있는데, 바로 ‘안도 사쿠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뮤즈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의 영화 속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다. 그녀는 감정의 깊이를 매우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녀의 연기는 겉으로 보기엔 담담하지만,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다.

에디터가 그녀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는 몇몇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리 티슈를 준비해 두면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백엔의 사랑>, 2014

안도사쿠라-백엔의사랑-일본영화-일본여자배우-배우

이치코는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백수다. 그러다 어느 날, 권투를 시작하게 된다. 단순한 취미로 시작한 권투는 점점 그녀의 삶을 바꾸고, 그렇게 한때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이치코는 링 위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안도 사쿠라는 이 역할을 위해 체중을 늘리고, 실제로 권투 훈련을 받으며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가 대단한 이유는 단순한 외적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무기력하고 볼품없는 여자였던 이치코가 조금씩 강해지는 과정, 그리고 여전히 서툴지만 뭔가를 향해 나아가려 하는 순간들을 그녀는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❷ <어느 가족>, 2018

안도사쿠라-어느가족-일본영화-일본여자배우-배우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느 가족>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가는 한 가족을 그린다. 가난하지만 나름의 행복을 누리던 이들은 어느 날 어린 소녀를 데려오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극 중에서 안도 사쿠라는 큰 소리를 내지도, 감정을 폭발시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작은 표정 변화 하나로 감정을 전한다. 특히 취조실에서 그녀가 오열하는 장면은 대본에 없는 질문을 즉석에서 던지고 그에 대한 리액션을 촬영한 것인데, 울음소리는 절제되어 있지만 쏟아내는 감정은 너무나도 강렬하다.

❸ <한 남자>, 2022

안도사쿠라-한남자-일본영화-일본여자배우-배우

전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와 함께 고향에 내려온 리에에게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그는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고, 둘은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사고로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리에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이 사실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살고 있었다는 것.

이 영화에서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한정적이지만, 관객은 그녀의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녀의 과장 없는 연기는 관객에게 오히려 더 큰 슬픔을 전달한다.

❹ <괴물>, 2023

안도사쿠라-괴물-일본영화-일본여자배우-배우

괴물은 누구인가. 한 소년이 학교에서 폭력 사건에 휘말린다. 부모, 교사, 아이들,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사건의 진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뒤흔드는 예기치 못한 반전. 안도 사쿠라는 여기서 소년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아들을 지키려 하지만, 점점 사건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그녀는 혼란에 휩싸인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한층 더 깊어진다. 차분한 듯 보이다가도, 무너지는 순간엔 너무나도 생생하게 감정을 쏟아낸다. 단 한 장면으로도 관객을 압도하는 능력, 그게 안도 사쿠라의 힘이다.

❺ <브러쉬 업 라이프>, 2023

안도사쿠라-브러쉬업라이프-일본드라마-일본여자배우-배우

어느 날 갑자기 죽고, 다시 태어난다면? <브러쉬 업 라이프>는 평범한 30대 여성이 사고로 생을 마감한 후, 다시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단순한 타임리프물이 아니라, 그녀가 이번 생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변화들이 핵심이다.

안도 사쿠라는 이 작품에서 특유의 담백한 연기를 보여준다. 친구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들이 유난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안도 사쿠라는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는 늘 새롭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진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그게 바로 안도 사쿠라가 사람을 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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