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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이치고 만화방을 가던 학생은 ‘그래픽’을 가는 어른으로 자랐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서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이곳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방, 서점 그래픽. <슬램덩크>와 같은 클래식 만화책 시리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트북부터 그래픽 노블, 잡지, 판타지, 에세이까지. 거대한 3층 높이의 건물에 감각적으로 배치된 서적들은 탐구하는 이들의 시선을 매료시킨다. 취미가 없어 울적한 성인을 위한 완벽한 공간. 특히 이곳이 ‘감각’을 좇는 어른들의 단골 서점이 된 데에는 견고한 열정을 […]

김 현지

땡땡이치고 만화방을 가던 학생은 ‘그래픽’을 가는 어른으로 자랐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서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이곳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방, 서점 그래픽. <슬램덩크>와 같은 클래식 만화책 시리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트북부터 그래픽 노블, 잡지, 판타지, 에세이까지. 거대한 3층 높이의 건물에 감각적으로 배치된 서적들은 탐구하는 이들의 시선을 매료시킨다. 취미가 없어 울적한 성인을 위한 완벽한 공간.

특히 이곳이 ‘감각’을 좇는 어른들의 단골 서점이 된 데에는 견고한 열정을 지닌 직원들의 덕이 크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흥미로운 책을 들여오고, 절판된 만화책을 공수하는 등 책장을 매력적으로 채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인스타그램과 전용 섹션에 직원들의 추천작을 소개하는 ‘월간 그래픽’ 속 라인업은 자주 이곳을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것.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그들의 추천작을 눈여겨볼 것을 추천한다.


[그래픽 매니저 김수경의 추천작]

<시가테라>

“<이나중 탁구부>로 유명한 후루야 미노루 작가가 개그 만화를 벗어나 그린 ‘시리어스 4부작’ 중 하나다. 4부작 중 가장 먼저 읽었던 작품이 바로 <시가테라>.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고찰이 인상적이고,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입문용으로 추천한다. 그래도 감금, 협박, 살인 등 강력한 소재들이 등장하니 유의하길.”

<내 집으로 와요>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이미 절판되어버린 만화들은 중고 책으로라도 구비하고 있다. 지금은 고가의 금액으로만 살 수 있는 만화들이 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이 그중 하나. 개인적으로 전형적인 로맨스물은 현실을 가장한 판타지와 같아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 편인데, 꿈과 사랑을 소재로 현실적이면서 섬세한 심리 묘사와 절제된 연출이 탁월한 작품이다.”

<프레드리히 니체>

“그래픽의 새로운 섹션인 ‘철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품.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문학 작품을 그래픽 노블로 접했을 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인물 평전을 주제로 한 그래픽 노블이 생각보다 꽤 많은데 그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접하며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에디터의 추천작]

<낮의 목욕탕과 술>

직장인이라면 이 작품을 지나치지 말자. 40대 영업사원의 일상, 아니 일탈을 그린 <낮의 목욕탕과 술>은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어줄 것. 그의 하루는 근무시간 중 사우나에 들렀다가 맥주 한 잔을 때리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사우나 내부에서 마주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동네의 풍경은 각 에피소드를 잔잔한 흥미로움으로 채워낸다. 특히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각기 다른 사우나는 실제 일본의 장소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 여행 전 이 작품을 읽는다면 졸지에 ‘사우나 투어’를 하게 될 지도. 주인공 나름의 유행어도 있다. 영업을 뒤로하고 뜨끈한 탕에 온몸을 푹 담그고는 “죄송합니다~~!!” 하고 외치는 것. 의외로 중독적이다.

<조각가>

필자를 그래픽 노블의 세계로 이끈 작품은 <조각가>다. 자극적인 만화적 요소와 여운을 남기는 문학적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 더욱 흥미로운 그래픽 노블의 세계. 이 작품은 조각가로서의 야망을 품고 있는 주인공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큰 할아버지와의 만남으로 인해 ‘모든 물체를 찰흙처럼 주무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그. 

대가는 남은 수명이 200일로 단축되는 것이다. 인생을 예술에 배팅한 그의 남은 나날들과 사랑하는 주변 인물들과의 서사. 또, 푸른빛이 감도는 흑백 채색과 몽롱하게 이어지는 스토리는 한 번의 호흡으로 결말까지 다다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픽 노블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

<메이크업퍼>

포토그래퍼, 페인터, 그리고 다음은 메이크업퍼? 기괴한 코미디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으로 직진하자. 주인공은 ‘악마의 손’이라는 별명을 가진 메이크어퍼 미야케 코세이. 아름다워져서 이성의 시선을 끌고 싶다는 이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메이크업으로 실현시키는 인물이다. 눈꺼풀 안에 손가락을 넣어 뇌의 감각을 끌어올리고, 여드름투성이인 사춘기 소녀의 얼굴에 악어의 변을 발라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방식 자체는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자극적인 성인용 코미디를 찾고 있었다면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것. 이성에 대한 욕망을 다루는 만큼 곳곳에 성적인 유머 코드 역시 잔뜩 숨어있다. 20장을 넘기기도 전에 여성의 나체가 등장하니 참고.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그의 명성은 들어봤지만 두껍고 심오한 소설을 읽을 자신이 없어 입문할 수 없었다면 이 단편 만화선으로 시작해 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들을 각색하여 만화로 펴낸 것. <빵가게 재습격>, <셰에라자드> 등 총 9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독자를 작가 특유의 초현실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는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 큰 영감을 주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니 빼놓지 않고 감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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