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그리 바삐 가시나, 패션 속 테이크 아웃 커피란?
이번 24 S/S 시즌은 꽤나 바빴던 런웨이라고 칭할 수 있을 터. ‘버키니파이드'라는 용어를 내건 미우미우의 토트백에는 아무렇게나 욱여넣은 갖가지 짐들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스틸레토 힐이 반쯤 빠져나왔던 모습은 비몽사몽한 출근길을 연상케 하며, 바쁜 그녀 혹은 그들을 상상하며 런웨이를 꾸민 것이 분명하다.필자는 샷을 추가해 하루에 두 잔은 기본으로 마셔줘야 하는 것이 ‘커피’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를 […]
이번 24 S/S 시즌은 꽤나 바빴던 런웨이라고 칭할 수 있을 터. ‘버키니파이드'라는 용어를 내건 미우미우의 토트백에는 아무렇게나 욱여넣은 갖가지 짐들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스틸레토 힐이 반쯤 빠져나왔던 모습은 비몽사몽한 출근길을 연상케 하며, 바쁜 그녀 혹은 그들을 상상하며 런웨이를 꾸민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샷을 추가해 하루에 두 잔은 기본으로 마셔줘야 하는 것이 ‘커피’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를 외치며 다급한 일상 속 커피를 동반자라고 부르고 싶은 것. 밀란을 넘어 중국과 한국까지, 우리의 애착 음료를 패션에 가져다 놓은 4곳의 브랜드를 탐구해 보자.

‘진짜들은 컵홀더도 명품을 쓰나'
펜디 하우스의 스태프들에게 영감을 받은 워크웨어는 비단 럭셔리 하우스도 마찬가지. 새롭게 지어진 인도의 펜디 공장에서 펼쳐진 SS 24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교한 테일러링과 함께한 다양한 ‘노동자'들. 말끔하게 갖춰 입은 태가 훤칠한 양복은 화이트 칼라, 몽키 스패너 같은 공구를 찬 벨트는 블루칼라를 대표하는 것이다. 펜디의 시그니처인 로고 그래픽은 어김없이 등장했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로고 그래픽을 새긴 컵홀더와 커피 캐리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아이템들은 과거에서부터 끊임없이 생산됐다. 이렇다 할 럭셔리 하우스에서 값비싼 리빙 아이템을 내놓는 것은 부지기수인데, 펜디가 포착한 커피 캐리어는 조금 다를 듯하다. 모름지기 상대적으로 하등 한 물건을 조명한 것은 아무래도 ‘친숙함'을 위해서였을까. 패션 산업의 고위 관계자가 출근길에 몽키 스패너를 챙길 일은 없으니. 실제로 최상층의 갑부들도 펜디의 공구 벨트를 구매해 착용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흔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화이트칼라를 위한 테일러드슈트와 블루칼라를 위한 앞치마는 수고스러운 모든 작업 프로세스를 위한 일종의 헌사라고 봐야 무방하지 않을까.
'아무리 바빠도 커피는 못 참지'
틱톡에서 퍼진 디렉터의 캣워크 가이드 영상. 마크 공은 모델들에게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출입증을 찍으라고 지시한다. 성공적인 시범은 모델들의 억척스러운 연기를 만들었는데, 당당하게 회사에 출근하듯 걸어오는 컬렉션들은 일종의 우월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늘도 일하러 왔는데 옷도 예쁜 나야'를 외치는 듯한 당당함은 몸매의 어디서든지 뿜어 나오는 것.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에 대한 오마주로 표현한 컬렉션은 강인한 여성의 개념을 표현하며, 시퀸 소재와 울, 가죽과 트위드를 거침없이 재단했다.
매 시즌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얹어 도시를 드러내 보이는 그의 쇼는 어쩌면 이상적인 ‘워커홀릭’이 메인인 듯하다. 하지만 실제 직장인들에게는 자유 복장 혹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귀결되기에, 마크 공의 24 S/S는 자신감 가득한 여성들을 표방한 것으로 한정 지어야 할 터. 업무 효율을 위한 안경과, 어디에든 입장할 수 있는 출입증 그리고 사수를 위한 커피 두 잔까지. 그야말로 FM을 실천 중인, 상상 속의 커리어 우먼이라고 할 수 있다.
'퍼렐도 못 참는 컵홀더 중독'
퍼렐 윌리엄스가 탄생시킨 루이비통에는 리한나가 있다. 24 S/S의 캠페인 포스터에 수많은 시각적 요소가 있다면, 신호등을 압수한 스피디 백과 임신한 리한나, 그리고 손에 들린 컵까지. 리한나의 배꼽을 보는 것이 질린다는 이들도 있지만, 세상의 빛을 향해 나아갈 아기를 위해서라면 엄마는 짐이 많아야 할 것이 분명하다. 부가적으로 임신부라면 커피는 지양해야 할 것이기에, 컵 안에 든 음료가 우유라고 믿는 게 좋을 듯싶다.
새롭게 선보인 루이비통에서, 이전과는 다른 차별점이 꽤나 많다. 체커 보드 형태가 된 모노그램은 디지털 밀리터리의 모습을 떠올리고,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스피디 백 또한 맥시멀 한 크기로 나아갔다. 퍼렐이 개인적으로 커스텀 한 밀리어네어 스피디는 크리스탈과 골드를 더해 런웨이에서 볼 수 없던 흥미로운 요소. 유독 호화로웠던 루이비통의 컵 홀더는 퍼렐이 보여주고 싶은 다양성의 한자리를 차지한 듯싶다. 야심찬 퍼렐이 이번 컬렉션에서 커피를 빼놓을 수 없었다는 것은, 카페인이 그의 일상에서 적잖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
'길 건너 카페 두 개, 직진하면 카페 세 개'
한국으로 돌아와서 커피에 대한 담론을 나눠보자면, 우리나라만큼 커피 브랜드가 발달한 나라가 있을까. ‘감성'이라는 콘셉트를 추가한 카페들의 음료, 세 걸음마다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프랜차이즈 커피까지. 일단 피곤하던 개운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직장인의 필수 템이다. 이처럼 직장인에 대한 연구는 더 이상 건강관리협회나 워라밸을 위한 복지 위원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직원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매일 어떤 옷을 입고 갈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본봄의 24 스프링 컬렉션, ‘I’m mature’.
디자이너 스스로도 착장을 연구하는 방식에 정반합의 사이클을 구성한다고. 새로운 본봄의 구성원으로 정교해진 스프링 컬렉션에는 성숙함과 프로페셔널을 동시에 담아낸 것. 본봄의 컬렉션 중 일부는 피곤함을 잊기 위해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러 나온 모습을 상상케 한다. 활동적인 후디와 스웨트 팬츠는 아이패드와 함께하는 외근을 위해, 트위드 셋업과 플리츠 블레이저로 중요한 미팅을 앞둔 사원의 모습까지. 그의 장기인 플리츠 디테일은 물론, 벌룬 실루엣이었다 드레스로 변모하는 화이트 블라우스로 직장인의 업무 효율과 자신감을 일거양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