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 ART

그들에게 타투는 멋이 아닌 부적이었음을

하나뿐인 몸뚱이에 영구적인 무언가를 새겨 넣는다는 것은 웬만한 확신과 고집 없이는 실행할 수 없는 일.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타투를 받는 이들도 그 속에는 또렷한 취향과 철학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뭐, 치기 어린 젊은 날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타투’라는 것은 받는 이의 남은 날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몸에 새겨진 문장과 그림은 앞으로의 다짐이 […]

김 현지

그들에게 타투는 멋이 아닌 부적이었음을

하나뿐인 몸뚱이에 영구적인 무언가를 새겨 넣는다는 것은 웬만한 확신과 고집 없이는 실행할 수 없는 일.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타투를 받는 이들도 그 속에는 또렷한 취향과 철학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뭐, 치기 어린 젊은 날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타투’라는 것은 받는 이의 남은 날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몸에 새겨진 문장과 그림은 앞으로의 다짐이 되어주기도, 취향에 대한 확신이 되어주기도.

이러한 타투의 의미는 사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욱 짙어진다. 단순한 ‘멋’을 넘어 전사들의 훈장, 여성들의 부적 등의 역할을 했던 타투. 타투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싶다면 수 세기 동안 내려오는 전통 타투의 흔적을 뒤쫓아 보자. 첫 타투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에서 정답을 찾을 지도 모를 일.


싹 얀 타투 (Sak Yant Tattoo)

‘피부 위에 새기는 부적'이라고 불리는 싹 얀 타투는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에서 수 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전통 타투다. 안젤리나 졸리가 아짠 누 캄파이라는 태국 싼 얀 타투이스트에게 2003년, 2004년에 두 번이나 시술을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싹 얀 타투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받는 이의 행복, 안전, 성공 등을 기원하며 새겨 넣는 것이 싹 얀 타투와 일반 타투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때문에 ‘마스터'나 승려들이 주된 시술자이며, 싹 얀 타투를 받기 위해 태국 사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은 편. 태국의 무에타이 선수들과 군인들이 몸에 새긴 문신들 대다수가 바로 이 싹 얀 타투다. 

안젤리나 졸리가 등에 받은 호랑이 디자인은 싹 얀 타투에서 ‘착용자를 보호해 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디자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녀와 브래드 피트는 이혼하기 직전인 2016년 경 아짠 누 캄파이에게 다시 한번 찾아가 매칭 타투를 시술받기도 했다고. 수년간 영적인 수련을 마치고 싹 얀 타투이스트가 된 아짠 누 캄파이에게 서로의 행복을 기원해 주는 부적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맘바바톡 (Mambabatok)

올해, ‘최고령 잡지 커버 모델' 신기록을 갈아치운 이가 있다. <보그> 커버를 장식한 106세 타투이스트, 아포 왕 오드다. 그녀는 필리핀 칼링가 부족의 타투이스트. ‘마지막 맘바바톡’으로도 알려져 있다. 맘바바톡이란 전통적인 칼링가 부족의 타투이스트를 의미한다. 맘바바톡의 기술은 혈족에게만 전수될 수 있으나, 아포 왕 오드가 자녀를 낳지 않아 현재는 조카의 딸인 그레이스 팔리카가 수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맘바바톡의 타투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엄격한 규칙을 통해서만 전수되는 것일까? 그 비밀은 과거에 숨겨져 있다. 고대의 칼링바 부족에게 타투란 훈장과도 같았다. 물론 여성들은 미학적 아름다움을 증진시키기 위해 타투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전사들이 용감함, 우수함을 드러내기 위해 받았다고 전해진다. 주로 이 맘바바톡 타투를 받았던 것은 ‘헤드헌터'들. 

헤드 헌팅이란 ‘사람'을 사냥하고, 죽은 이의 머리를 잘라오는 행위를 의미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풍습이지만 실제로 유럽부터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까지 행해졌던 풍습이라고. 이와 같은 풍습을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헤드 헌팅이 고대 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헤드헌터들에게 새겨 넣는 문신 역시 야만적이라기보다는 신성하고 의식적인 행위.

헤드 헌팅이라는 행위가 금지된 후, 아포 왕 오드는 남성들 대신 여성들에게 더 많은 타투 시술을 행해왔다. 현재 그녀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알려진 타투는 점 세 개로 이루어진 디자인. 점 세 개는 본인과 조카, 조카의 손녀를 각각 의미한다. 

이 타투를 받기 위해 해외의 관광객들은 그녀가 있는 오지까지 힘겹게 여행한다. 타투 시술은 바늘을 단 긴 막대기에 숯과 물을 섞어 만든 잉크를 묻혀 피부 위에 톡톡 두드리는 전통 타투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다만 싹 얀 타투, 맘바바톡 타투를 비롯한 수많은 전통 타투들이 현대의 위생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카키니트와 튜니트 (Kakiniit & Tunniit)

마지막은 북극의 원주민, 이누이트 족의 전통 타투 카키니트와 튜니트다. 몸에 새기는 타투는 카키니트, 얼굴에 새기는 타투는 튜니트라고 불린다.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교회 등 유럽인들에 의해 저지되며 사라졌던 이 전통 타투는 과거 원주민들의 사진 속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들이 얼굴에 새겨 넣었던 튜니트. 

이누이트 족은 기록적인 일을 겪었거나 무언가를 행했을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타투를 새겼다. 때문에 모든 디자인은 특정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마의 V 라인은 여성이 첫 경험을 하고 난 뒤, 턱의 라인은 첫 월경을 겪고 난 뒤 새기며 결혼이나 출산을 기념하여 허벅지에 무늬를 새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이누이트 족의 전통 타투를 되살리자는 후손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일렁이고 있다고.

연관기사

1 / 8

걷다 보니, 예술이더라

소위 말하는 ‘예술’은 특별한 공간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전시장에 가면 복장을 갖춰 입고 작품을 심도 있게 감상해야 한다고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며칠 전 방문한 홍콩은 달랐다. 걷는 길마다 예술이 있었고, 도시 자체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었다.  3월이면 홍콩에서는 ‘아트먼스(Art Month)’가 열린다. 홍콩 전역에서 아트 바젤과 아트 센트럴을 포함한 예술 관련 행사와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 기간을 뜻하는데. 공식 명칭이라기보다는 도시 […]

0

나의 또 다른 자아, 칸예 웨스트다

칸예 웨스트가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열린 리스닝 파티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에서 국내 팬들을 만난 이후 약 1년 만이다. 역시나 채널 캔디가 무대 연출과 제작 전반을 맡았는데. 무엇보다 이번 내한은 그의 첫 단독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인 무대가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연 12일 전, 공동 주관사였던 쿠팡 플레이가 돌연 취소를 발표했다. 사유는 ‘칸예 웨스트’였다. […]

0

인생이 그림책이시네요

타샤 튜더의 그림은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다. 그녀가 그린 장면 하나하나에는 온기와 향기가 담겨 있어, 마치 그 풍경 속에 들어가 숨을 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녀의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1915년 보스턴에서 태어난 타샤 튜더는 보스턴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그녀는 인형들과 대화를 나누고, 조용한 세계 속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 줄 […]

0

갈 곳 잃은 편지들이 모이는 곳

수신자도, 발신자도 불분명한 편지를 받는 우체국이 있다. 이는 예술가 쿠보타 사야(@sayakubota)가 만든 ‘잃어버린 우편물 프로젝트’다. 1991년 폐쇄된 일본 아와시마 섬의 우체국을 개조해 이곳을 만들었다. 과거 이 섬의 우체국은 바다로 나간 사람들과 섬에 남은 가족들을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만날 수 없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다. “세상을 떠난 사람, 이별한 전 애인, 미래의 나, 과거의 […]

0

미술관이야? 아니, 니고 집이야

도쿄에 위치한 니고의 집은 옷, 예술품, 가구, 자동차 등 그가 평생 동안 모은 수집품들을 보관하는 저장소였다. 2012년, 베이프의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는 그의 집이었던 그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수집품들을 공개했다. 그중에는 그가 디자인한 베이프의 빈티지 샘플들과 슈프림 등의 초기 제품들도 있었다. 이 모든 수집품의 가치는 무려 1,000만 달러, 한화 약 14억 7천만원 이상이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니고의 […]

0

인간의 살을 표현한 예술 작품

일본의 DJ이자 아티스트 ‘마사사카 시시도’는 인간의 살을 표현한 예술 작품으로 유명하다. 평소 공상과학과 공포물을 좋아했던 그는 자신의 데뷔 앨범에 살로 뒤덮은 음악 믹서를 선보이며 관련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 아이디어는 점차 일상용품에도 접목해 케이스, usb, 동전 지갑, 도장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제작되었다.  진짜 인간의 살이 아닌 실리콘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제작된다고 밝히며 자세한 세부 사항은 비밀이라고 […]

0
내 세상은 점으로 사라졌다

내 세상은 점으로 사라졌다

원 하나를 그려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삐뚤어져도 괜찮다. 그런 것쯤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 그 점 하나만으로 당신의 세계는 확장될 테니. 쿠사마 야요이는 무수히 많은 점들로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갔다. 자신을 뒤덮었던 점의 세계를 깨버리고 말이다. “물방울무늬로 사람들은 스스로를 소멸시키고, 우주의 본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본 환각과 붕괴된 자아를 작품에 담아냈다. 이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 […]

0

사진작가 정철훈을 만나다

Q. 당신은 누구인가.  A. 안녕하세요, 사진과 영상을 매체로 작업하는 정철훈입니다. Q. 사진이란 무엇인가.  A. ”사진은 그림을 그리듯이 찍으라.” 사진작가이신 아버지께서 자주 하신 말씀입니다. 사진은 단지 기록을 넘어, 내면의 감정과 시각적인 표현을 하나의 장면에 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Take a picture’라는 영어 표현 역시 바라보고 있는 현상을 찍는 사람의 방식대로 ‘가져오는’ 행위로 해석됩니다. Q. 사진에 무엇을 담는가.  A. 주로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