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예술이더라
소위 말하는 ‘예술’은 특별한 공간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전시장에 가면 복장을 갖춰 입고 작품을 심도 있게 감상해야 한다고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며칠 전 방문한 홍콩은 달랐다. 걷는 길마다 예술이 있었고, 도시 자체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었다. 3월이면 홍콩에서는 ‘아트먼스(Art Month)’가 열린다. 홍콩 전역에서 아트 바젤과 아트 센트럴을 포함한 예술 관련 행사와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 기간을 뜻하는데. 공식 명칭이라기보다는 도시 […]
소위 말하는 ‘예술’은 특별한 공간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전시장에 가면 복장을 갖춰 입고 작품을 심도 있게 감상해야 한다고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며칠 전 방문한 홍콩은 달랐다. 걷는 길마다 예술이 있었고, 도시 자체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었다.

3월이면 홍콩에서는 ‘아트먼스(Art Month)’가 열린다. 홍콩 전역에서 아트 바젤과 아트 센트럴을 포함한 예술 관련 행사와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 기간을 뜻하는데. 공식 명칭이라기보다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처럼 변하는 시즌에 가까운 개념이다. 아트먼스를 앞둔 홍콩에서는 예술이 곳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예술은 일방향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엠플러스(M+)와 같은 주요 미술관은 아트먼스에 맞춰 핵심 전시를 오픈한다. 에디터가 방문한 주간에도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었는데. 특징적인 점은 ‘거대한 중앙 공간’을 기준으로 넓게 퍼지는 전시장 구조였다. 넓은 로비를 중심으로 위, 아래, 좌우로 전시 공간이 자연스럽게 나뉘어 있어, 정해진 동선 없이 걷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치 산책하는 느낌이랄까.

눈에 띄었던 건 로비 공간에서 어린 아이들이 바닥에 둥그렇게 앉아 미술 활동을 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방금 본 작품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덕분에 전시 공간은 조용히 관람만 해야 하는 장소가 아닌 앉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임을 느낀 듯 보였다.
동서양 예술이 섞였다
또한 홍콩은 역사적으로 중국 전통과 영국 식민지 영향, 그리고 현대 글로벌 문화가 겹쳐 있는 도시다. 자연스럽게 예술도 동서양이 섞인 독특한 미감을 갖게 되었는데.

셩완에 위치한 ‘솔루나 파인 아트’ 갤러리는 특히 한국 작가들이 전시와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곳이다. 방문 당시에는 서양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홍콩에서 느낀 경험을 본인만의 추상화로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곳에서는 아시아 및 국제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며, 도시가 지닌 동서양적 예술 감각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으로 소개할 공간은 ‘JPS’ 갤러리. 홍콩 센트럴에 위치해 있다. 역사적인 건물 안에 있어서 과거 홍콩의 냄새까지 느낄 수 있었는데. 갤러리 내부에서는 장난스럽고 실험적인 전시부터 정통 현대미술까지 폭넓은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처럼 작품을 상영하는 전시도 있어 일반 방문객이 편하게 즐기기에도 좋아 보였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주한다

홍콩 거리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그래피티. 도시 곳곳에 퍼진 스프레이 그림과 벽화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홍콩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공예술이다. 특히 HKwalls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은 매년 열리는 거리 벽화 축제인데. 건물 주인과 협력해 예술가들이 합법적으로 벽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불법이었던 그래피티를 합법적 예술로 전환시키고 있기에 도심 골목, 오래된 건물 외벽, 뒷길 등 곳곳에서 벽화를 마주할 수 있다.

이처럼 홍콩은 가볍게 걷기만 해도 아트를 만날 수 있는 도시다. 어렵게 느껴지는 예술이 아니라, 일반 여행객도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전시와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3월 아트먼스를 앞두고 있는 홍콩은 이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으로 변신할 준비를 마쳤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특별한 체험을 찾는 여행객에게도 최적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