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 STYLE

제인 버킨이 표현해 낸 프렌치 시크의 모든 것

아무렇게나 걷어올린 흰색 셔츠, 핏 좋은 데님 팬츠 그리고 한 손에 든 바스켓 백. 영국 런던에서 자란 그녀는 무심하지만 멋스러운 본인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채 파리에 새 둥지를 틀었고, 머지않아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말로 다하지 못할 인기를 누렸다. 열심히 유행을 좇는 대신 내면의 자아에 귀 기울여 완성하는 그녀의 패션 스타일이야말로 파리지앵들이 원하던 이상적인 […]

김 현지

제인 버킨이 표현해 낸 프렌치 시크의 모든 것

아무렇게나 걷어올린 흰색 셔츠, 핏 좋은 데님 팬츠 그리고 한 손에 든 바스켓 백. 영국 런던에서 자란 그녀는 무심하지만 멋스러운 본인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채 파리에 새 둥지를 틀었고, 머지않아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말로 다하지 못할 인기를 누렸다.

열심히 유행을 좇는 대신 내면의 자아에 귀 기울여 완성하는 그녀의 패션 스타일이야말로 파리지앵들이 원하던 이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패션 추종자들을 낳으며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으로 활동한 제인 버킨. 그녀의 패션에 얽힌 이야기를 지금 소개한다.


‘제인 버킨'이라는 이름이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데에는 에르메스의 버킨 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돈 있어도 못 구한다는 ‘그' 버킨 백이 바로 제인 버킨의 이름을 본떠 만든 가방이기 때문. 

비행기에 탑승해 가방을 넣다가 내용물을 모두 쏟아버리고는 불평하던 그녀에게 우연찮게 옆자리에 앉은 에르메스의 당시 경영자, 장 루이 뒤마가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 바로 ‘버킨 백'의 시초다. 

그녀는 에르메스의 켈리 백처럼 생겼지만 그보다 훨씬 큰, 그렇지만 무거운 캐리어보다는 작은 가방을 원했고, 장 루이 뒤마는 그 자리에서 기내 멀미 봉지에 그녀가 원하는 가방을 스케치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에르메스 측에서는 그녀에게 가방을 건네며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켈리 백처럼, 이 제품에 그녀의 이름을 걸어도 괜찮냐 물었다고.

그녀는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미국에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당시 진행자가 “당신이 버킨 백의 버킨인가요?”라고 물었고, 본인보다 가방이 더 유명해진 상황에 그녀는 “네, 저 대신 가방이 노래하게 되겠네요"라며 위트 있는 답변을 건넸다는 일화도 있다.

그녀의 스타일 자체도, 그녀의 이름을 딴 가방도 모두 패션계의 전설로 남게 된 지금. 버킨 백을 드는 그녀만의 방식을 파헤치지 않을 수 없다. 포르투갈의 라탄 바스켓 백을 데일리 가방으로 사용했던 그녀의 스타일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버킨 백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가방을 ‘사용'하는 데에 머뭇거림이 없었다. 

내려놓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 가격임에도 그녀는 버킨백에 스티커를 붙이고, 날카로운 키링을 주렁주렁 달고, 편하게 구기며 버킨 백을 사용했다. 가방 안에 많은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그녀인 만큼 버킨 백에도 다이어리, 사탕, 잡동사니 등을 모두 꾹꾹 눌러 담고 다녔다고.

또, 그녀는 세계 곳곳에서 모은 물건들을 버킨 백의 손잡이에 달아 개성을 부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물건들이 짤그락거리며 부딪히는 소리를 ‘해피 사운드'라고 칭하는 그녀. 

이렇듯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녀가 패션을 대하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면 프렌치 시크는 특정한 아이템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가지 물건을 수년, 수십 년씩 사용할 정도로 ‘취향'에 대해서는 실로 확고하지만 물건 자체에 미련을 두지 않고, 불완전한 것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그녀의 애티튜드. 그 애티튜드 자체가 바로 프렌치 시크가 아닐까?

이처럼 패션의 지침서가 되어주던 그녀는 벌써 76세 생일을 맞았다. 나이가 든 지금도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은 그녀. 2012년에는 이효리와 패션 디자이너 요니 P가 그녀를 만나는 장면이 방송으로 송출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바자회를 기획하는 그들에게 제인이 도움을 주기로 한 것. 그녀는 다른 키링들과 함께 버킨 백에 달려 있던 에르메스 손목시계를 풀러 그들에게 건넸다. 또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한 다른 물건들에도 모두 사인을 더해 선뜻 기증했다고. 

한편 그녀는 2020년까지 본인의 다이어리를 책으로 출판하고, 음악 공연을 다니는 등 예술가이자 사회 활동가로서의 행보을 멈추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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