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봄? 어쩌라고, 난 블랙 입을 거야

옷을 고를 때 다양한 컬러가 있어도, 결국에는 블랙만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일까? 블랙은 깔끔하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며, 그냥 왠지 입기 쉽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입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블랙은 늘 안전한 선택이 된다. 그런데 블랙이라는 색은 과연 언제부터 멋의 상징이 되었을까? 태초부터 검정색은 인류에게 죽음과 공포의 상징이었다. 캄캄한 어둠은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였고, 우리는 […]

이 채윤

옷을 고를 때 다양한 컬러가 있어도, 결국에는 블랙만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일까? 블랙은 깔끔하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며, 그냥 왠지 입기 쉽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입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블랙은 늘 안전한 선택이 된다.

그런데 블랙이라는 색은 과연 언제부터 멋의 상징이 되었을까?

태초부터 검정색은 인류에게 죽음과 공포의 상징이었다. 캄캄한 어둠은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였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어둠을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정색은 인간에게 묘한 매력을 지닌 색이었다. 그래서 힌두교를 비롯한 여러 고대 종교에서는 검정색이 초월적인 신성을 의미했다.

신적 권능을 상징하던 검정색은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그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기독교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된 중세 유럽에서는 흰색이 천국을, 검정색이 지옥을 상징하는 색으로 자리 잡았다. 검정색은 악마의 색이자 과부의 색이 되었고, 성직자들이 입는 검정색 옷은 지옥과도 같은 고행을 의미했다.

올블랙-블랙-검정색-패션-샤넬-코코샤넬-가브리엘샤넬-리틀블랙드레스

역사적으로 늘 부정적인 뜻이 따라다녔던 블랙. 하지만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블랙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다. 1926년, 그녀는 긴팔 소매에 치마는 무릎까지만 내려오는 심플한 ‘리틀 블랙 드레스’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단순하고 색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곧 여성의 자유와 세련됨의 상징이 되었다.

올블랙-블랙-검정색-패션-디올-크리스찬디올-뉴룩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은 ‘뉴 룩’을 통해 블랙의 우아함에 다시 주목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 디올은 강조된 허리선과 풍성한 스커트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고, 이 실루엣은 블랙 컬러와 만나 고급스러움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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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착용한 리틀 블랙 드레스는 20세기 최고의 영화 속 패션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당시 올블랙은 일반 대중이 시도하기에 쉽지 않았는데, 오드리 헵번과 지방시는 올블랙을 대중적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올블랙-블랙-검정색-패션-이브생로랑-르스모킹

1966년, 이브 생로랑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블랙 턱시도를 여성의 몸에 맞게 재해석한 ‘르 스모킹’을 선보이며 또 한 번 블랙의 이미지를 바꾸었다. 이는 단순한 옷 이상의 의미를 지녔고, 여성의 주체성을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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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치아 프라다 역시 블랙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냈다. 그녀는 절제미와 지성미를 추구했고, 복잡한 장식 대신 간결하고 클래식한 블랙으로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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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올블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릭 오웬스. 그는 블랙을 자신만의 미학으로 완성한 디자이너다. 그는 블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블랙은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세련되지만, 동시에 굉장히 겸허한 색이다. 예의를 갖춘 느낌이랄까. 일단 내가 주목받겠다는 느낌보다는 다른 사람이 돋보일 수 있게 해주는 컬러다. 어지럽고 지저분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조금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컬러기도 하다.”

이 말은 블랙이 단지 ‘멋’ 때문에 선택되는 색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과 태도가 반영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블랙은 단순히 하나의 색을 넘어서, 하나의 태도이자 취향이 되었다.

다가올 봄, 모두가 파스텔이나 비비드 컬러를 이야기할 때, 화사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진짜 멋은 누구보다 나답게, 나만의 시선으로 옷을 입는 데 있다. 블랙을 입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냥 입으면 된다.

올블랙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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