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6살, 나는 일본의 전설이 됐다

90년대 후반, 시이나 링고와 하마사키 아유미, 아무로 나미에와 함께 일본 음악 씬을 정의한 우타다 히카루. 그는 당시 일본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생소했던 알앤비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전에 없던 언어로 대중과 만났다. 그렇게 우타다 히카루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 프로듀싱까지 직접 해내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써 내려갔다. 데뷔와 동시에 일본 대중음악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그의 시작은 […]

이 혜진

90년대 후반, 시이나 링고와 하마사키 아유미, 아무로 나미에와 함께 일본 음악 씬을 정의한 우타다 히카루. 그는 당시 일본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생소했던 알앤비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전에 없던 언어로 대중과 만났다. 그렇게 우타다 히카루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 프로듀싱까지 직접 해내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써 내려갔다. 데뷔와 동시에 일본 대중음악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그의 시작은 불과 16살이었다.

우타다 히카루의 음악적 배경은 태생부터 남달랐다. 아버지는 음악 프로듀서였고, 어머니는 일본 엔카(한국의 트로트와 비슷한 기성세대 음악)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가수 후지 케이코였다.

“엔카 자체에 영향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특별한 선택지가 아니라 일상이었다. 열 살 무렵부터 작사와 작곡을 시작했고, 데뷔 앨범에 수록된 대표곡 ‘Automatic’과 ‘First Love’ 역시 열다섯 살의 나이에 직접 완성한 곡들이다.

“마지막 키스는 담배 향기가 났어. 씁쓸하고도 애틋한 향기.”

그리고 1999년, 첫 정규 앨범 [First Love]가 발매된다. 1999년 발표된 첫 정규 앨범 [First Love]는 단순한 히트작을 넘어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감정을 과잉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깊숙이 스며드는 알앤비의 그루브, 절제된 멜로디 위에 얹힌 솔직한 가사는 당시 대중의 감각을 정확히 관통했다. 그렇게 일본 내 역대 최다 판매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약 1,000만 장 이상의 앨범이 판매되었다. 발매 후 5년 만에 누적 판매량 1,700만 장이라는 수치는 그가 얼마나 압도적인 존재였는지를 증명한다.

<에반게리온>과의 인연 역시 우연처럼 시작되었다. 우타다 히카루가 오랜 에반게리온 팬이라는 인터뷰를 접한 제작진이 먼저 주제가를 의뢰한 것이다. 당시에는 단 한 곡의 작업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지만, 이 인연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가 아닌, 에반게리온의 노래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온전히 제 취향대로 만들었다면 이런 노래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걸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재미있는 거예요.”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온 우타다 히카루는 돌연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아티스트의 삶이 시작된 15세 때부터 성장이 멈추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은퇴 선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휴식이나 충전의 시간도 아닙니다. 당분간 ‘아티스트 활동’을 멈추고 ‘인간 활동’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돌연 활동 중단 선언을 알린 우타다 히카루. <에반게리온 : Q>의 주제가 ‘사쿠라나가시’를 발표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복귀는 아니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그는 새로운 앨범을 공개했다. 음악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6년 만이었다. [Fantôme]은 상실 이후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한 앨범이었다. 활동 중단 시기, 어머니 후지 케이코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그의 삶과 음악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환상’을 뜻하는 앨범 제목처럼, [Fantôme]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감정들을 노래한다. 처음으로 모든 트랙의 제목이 일본어로 구성되었다. 곡에서 말하는 ‘당신’은 어머니를 지칭하는 것이었다고.

“삶이란 견디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 같은 것들이 있다. 누군가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있기에 ‘Beautiful World’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대중음악 안에서 알앤비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온 우타다 히카루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린 천재’,  ‘후지 케이코의 딸’이라는 수식어에 머무르지 않았던 그녀는 장르를 넘나들며 스스로의 감정과 삶의 변화를 음악으로 기록해왔다. 올해 초 발표한 신곡 ‘Mine or Yours’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우타다 히카루와 그의 음악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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