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 드릴의 아이콘? 그게 뭔데
내한으로 화제인 센트럴 씨. 그에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UK 드릴의 아이콘’ ‘UK 드릴’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시초는 영국이 아닌 201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반 시카고는 ‘살인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높은 범죄율을 기록했다. 당시 시카고 기반으로 활동하던 치프 키프, 지 허보, 릴 리스 등의 래퍼들은 총기 살인에 대한 가사를 썼는데. 강도, 살인과 같은 강력 […]

내한으로 화제인 센트럴 씨. 그에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UK 드릴의 아이콘’
‘UK 드릴’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시초는 영국이 아닌 201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반 시카고는 ‘살인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높은 범죄율을 기록했다. 당시 시카고 기반으로 활동하던 치프 키프, 지 허보, 릴 리스 등의 래퍼들은 총기 살인에 대한 가사를 썼는데. 강도,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떳떳해하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범죄 행위를 묘사하는 게 특징이었다.

그중에서도 치프 키프는 잔혹한 가사로 특히나 유명했는데. 당시 시카고에서는 노래에서 누구를 죽일 것인지 예고하는 유행이 돌면서 실제로 살인이 벌어졌었다. 사실상 이들에게 ‘랩’은 자신이 속한 갱단을 알리며 적에게 선전포고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갱단 소속인 치프 키프 역시 살벌하고 폭력적인 가사를 썼던 것. 그렇게 ‘드릴(Drill)’ 장르는 시카고의 극악무도한 범죄 속에서 탄생했다.
치프 키프는 첫 번째 정규 앨범부터 히트를 쳤고, 이는 영국의 갱단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흑인 이민자와 빈민가가 형성되면서 우범지역으로 분류됐던 2010년대 초 런던 남부의 브릭스톤. 이곳에 상주하던 영국의 갱스터, 일명 ‘로드맨’들은 치프 키프에 영감을 받아 시카고 드릴에 랩을 얹었다. 시카고 드릴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영국은 미국과 달리 총기 소지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총’이 아닌 ‘칼’과 관련된 갱단 문화를 가사에 담았다는 것.
이때 영국의 흑인 음악 장르 ‘그라임(Grime)’과 섞여 영국의 드릴, ‘UK 드릴’이 탄생하게 된다.

‘그라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 스켑타. 그 역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로드맨’이었는데. 2010년대 이후 쇠퇴기를 맞은 그라임 장르를 다시 일으켜 세운 장본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에이셉 라키와 발매한 히트곡 ‘Praise the Lord’로 많은 대중들에게 그라임 장르를 알렸다.
스켑타는 그라임뿐 아니라 ‘로드맨 패션’을 전파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트레이닝복 세트와 트랙 수트, 윈드 재킷, 힙색, 나이키 스니커즈가 로드맨들의 기본 아이템인데. 얼핏 보면 일반적인 스포츠 웨어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핵심은 ‘색깔’에 있다. 개성을 드러내는 주류 패션의 목적과는 반대로 무채색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옷은 ‘방어’의 일환이었다.
대물림되는 가난. 결코 넘을 수 없는 신분적 한계. 사회에서 버림받은 로드맨들은 극복 대신 폭력을 택했고, 수많은 비난과 함께 ‘저급한 양아치들’로 여겨졌는데.


스켑타는 패션쇼에서 로드맨을 상징하는 트랙 셋업을 착용하고 런웨이에 서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하며 로드맨 스타일을 ‘주류’로 끌고 왔다.

그의 히트곡 ‘Shutdown’과 “That’s not me’에서는 로드맨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이 녹아있다.
“구찌와 루이비통을 입고 다녔지. 하지만 다 버렸어. 그건 내가 아니니까”
스켑타 이외에도 스톰지, 슬로타이 등 영국의 다양한 그라임 아티스트들도 함께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면서 로드맨 패션 문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바뀌게 되었다.


자, 그럼 이제 센트럴 씨가 왜 그토록 나이키 테크팩으로 무장하고 다니는지 이해가 됐을 것이다.
‘UK 드릴’을 탄생시킨 로드맨들의 패션은 이제 대중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2020년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큰 인기를 얻은 센트럴 씨는 ‘UK 드릴’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핑크를 사랑하는 남자’로 불리며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스트리트 웨어에 하이패션 아이템을 매치해 더 세련되고 독창적인 ‘UK 드릴’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센트럴 씨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UK 드릴 아이콘’은 누가 될까.
확실한 건 ‘드릴’은 이제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문화가 아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문화로 발전해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