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의 도시, 대구입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시원한 대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대구는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아스팔트에 계란을 깨면 계란후라이가 만들어진다는 등 더위와 관련된 실제 사례들이 도시전설처럼 다수 존재하는 곳이다.
펄펄 끓는 날씨만큼이나 화끈한 도시이자, 수도권 외 지역 중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함께 묻어나는 곳. 대구의 시작과 재밌는 사실들을 알아보자.

크고 넓은 들판, 달구벌

“달구벌.. 달구벌… 달구…. 대구….”
대구는 과거 순우리말로 ‘달구벌’이라고 불렸다. ‘달’은 크고 넓음을, ‘벌’은 들판을 의미한다. 신라시대 때부터 ‘달벌’, ‘달구벌’, ‘달구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통일신라 경덕왕 16년에 현재의 지명인 ‘대구’로 바뀌게 된다.
달구벌에서 ‘벌’을 지우고 대구로 바뀌었지만, 팔공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분지 대구의 지형적 특성을 여전히 잘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지명의 변화가 일어난다. 본래 대구의 ‘구’는 공자의 이름자 ‘구(丘)’를 사용했다. 그러나 조선시대 대구의 유학자 이양채는 향교에서 제사를 지낼 때 공자의 이름을 범하는 것 때문에 민심이 불안하다는 상소를 올렸다. 상소를 받은 영조는 옛 조상들이 지명을 그대로 둔 것에는 이유가 있다며 상소문을 돌려보냈다. 그럼에도 대구 유생들의 계속되는 상소에 철종 이후부터 ‘우부방(阝)’이 붙은 ‘대구(大邱)’로 바뀌게 되었다.
왜 유독 대구가 더위로 유명한가

대구가 유독 더운 이유는 지명에서도 나타나듯이, 큰 산과 언덕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막혀 여름철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버린다. 이로 인해 기온과 습도가 치솟으며 대구만 유독 불쾌지수가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여름마다 대구의 더위가 화제가 되자 뜨거운 대륙 ‘아프리카’에 빗댄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유쾌하게 활용해 후라이팬에 익은 계란후라이, 녹아버린 슬리퍼 등 이색 조형물을 선보였다. 네티즌과 시민들 모두 이를 재밌게 받아들이며 대프리카라는 별명은 대구의 거대한 상징이 되었다.

대구 대학교의 미스터리
대구·경북 지역의 대학교 교명에는 ‘지리적 반전’이 존재한다. 이름만 들으면 당연히 대구 시내에 있을 것 같은 ‘대구대학교’는 대구에 없다. 대구 바로 옆 동네인 경북 경산에 위치해 있다. 반면 경상북도를 대표해야 할 것 같은 ‘경북대학교’는 경북 소재 지역이 아닌 대구 한복판에 둥지를 틀고 있다.
대구대(과거 한국사회사업대학)는 본래 대구 대명동에 있었지만, 1981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며 넓은 부지가 필요해 경산으로 이동했다. 경북대 역시 대구가 직할시로 독립하기 전인 경상북도 소속이었을 때부터 존재했던 대학교이기에 역사를 짚어보면 두 대학교 모두 타당한 교명인 셈이다.

흥미로운 건 경산에 있으면서도 교명으로 ‘대구’를 사용하는 대학교가 무려 3개나 있다. ‘대구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한의대학교’가 그 주인공들이다. ‘대구사이버대학교’까지 한다면 현재 총 4개의 ‘대구’ 대학교가 경산에 있다. 이들 역시 본래 대구에 있다가 경산으로 부지를 넓혀 옮긴 케이스다.
대구가 트렌디한 이유?

문화를 사랑하는 글로우업 독자들이 대구를 주목해야 할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구가 뜨거운 건 날씨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흔치 않게 패션, 음악 문화가 자체적으로 발전해온 지역이다. 과거 섬유 도시로 이름을 떨친 이곳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원단 생산부터 염색, 완제품 가공까지 한 지역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도시로 패션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를 꾸준히 배출해왔다.
대구에서 시작해 2년 만에 거래액 20억을 달성한 트렌디한 브랜드 ‘aeae’부터 남성 패션 고관여자들 사이에서 탄탄한 커뮤니티를 형성한 ‘브랜디드’, ‘유니온 블루’, ‘트리밍버드’, ‘비헤비어’, ‘녹영’ 등 대구를 중심으로 성장한 감각적인 브랜드들이 현재 국내 패션 씬에서 주목받고 있다.

음악 씬의 생명력도 만만치 않다.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에서도 독자적인 씬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대구 라이브 클럽 ‘헤비’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디 클럽 중 하나인 이곳은 로컬 밴드와 래퍼들을 대거 탄생시킨 대구 출신 아티스트들의 성지다.

대한민국 최정상급 래퍼 이센스 역시 과거 클럽 헤비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헤비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처럼 문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디 클럽과 아티스트들의 존재는 대구를 여전히 가장 역동적이고 트렌디한 지역으로 이끌고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 대비 로컬 씬이 활성화되었지만, 미국과 일본처럼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며 독자적인 상업 활동을 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방 아티스트들마저 서울로 몰리는 안타까운 현실은 수도권 중심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서 아쉬움을 보여준다.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서도 일어나는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해 우리는 꾸준히 솔루션을 도모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