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포스트 – 프랭크 오션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최근 앨범 [Baby]를 발매하며 알앤비 씬을 뒤흔든 디전(Dijon). 앨범은 8월 15일 발매 직후 평론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메타크리틱에서는 무려 94점을 기록하며 ‘전면적 호평’을 받았다. 예컨대 프로듀서 세우의 ‘해체 분석’ 콘텐츠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완벽한 알앤비 앨범”이라고 언급될 정도.  [Baby]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디전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앨범 제작 이전 첫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음을 […]

김 은리

그 주인공은 최근 앨범 [Baby]를 발매하며 알앤비 씬을 뒤흔든 디전(Dijon). 앨범은 8월 15일 발매 직후 평론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메타크리틱에서는 무려 94점을 기록하며 ‘전면적 호평’을 받았다. 예컨대 프로듀서 세우의 ‘해체 분석’ 콘텐츠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완벽한 알앤비 앨범”이라고 언급될 정도. 

디존, 가수, 알앤비

[Baby]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디전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앨범 제작 이전 첫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음을 밝혔다. 이 경험이 곧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가사 전반에는 ‘육아’, ‘가족’, ‘부담감’ 같은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첫 트랙부터 청자는 자연스럽게 디전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다음과 같은 가사들이 그 흐름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난 그녀의 배를 몇 번이고 쓰다듬었어. 세상에, 언제쯤 우리에게 도착할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너를 많이 기다리고 있거든, 아가야.” 

“그 아이의 사랑도 나처럼 빛을 잃게 될까? 그의 머릿속은 그를 따뜻하게 해줄까?” 

디존, 가수, 알앤비

디전은 아버지가 된 뒤 느낀 부담감과 감정의 혼란을 음악을 통해 솔직하게 들려준다. 사운드 면에서도 전작 [Absolutely]와 비교해 한층 더 실험적이고 거칠어졌다. 첫 트랙의 후렴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노이즈처럼 반복되며 앨범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환기한다. 이야기 중심의 구성과 실험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진 덕분에, [Baby]는 자주 프랭크 오션의 [blond]와 비교된다. 

프랭크오션, 가수

두 앨범 모두 감정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지만,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Blond]는 지나간 청춘, 첫사랑, 성장의 아픔을 조용히 회상한다. 

“달콤했던 열여섯 살, 내가 뭘 알았겠어?” – White Ferrari (2016)

“네가 날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꿈을 꾸는 줄 알았어” – Ivy(2016) 

프랭크 오션이 여백과 절제 속에서 감정을 되새긴다면, 디전은 현재의 불안과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Ivy’와 ‘White Ferrari’는 부드럽게 회상하는 반면, ‘FIRE!’나 ‘Referee’는 왜곡된 사운드로 순간의 감정을 폭발시키기 때문. 종합해보면, 디전은 다듬기 이전의 감정을 그대로 꺼내놓는 아티스트에 가깝다. 접근 자체는 오션의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재창조’에 가까운 것. 

디존, 가수, 알앤비

평단이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디전은 프랭크 오션이 열어놓은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자기만의 감정과 소리로 다시 만들어냈다. 정제된 감정보다는 날것의 감정과 불완전한 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완전히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만든 것이다. [Baby]는 ‘덜 다듬어졌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다. 앨범 곳곳에는 찢어진 주파수, 유리 깨지는 듯한 하이햇, 끝없이 늘어지는 드럼 딜레이 같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불안정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독특한 작품을 완성했다. 

디존, 가수, 알앤비

피치포크는 앨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Baby]는 여러 개의 방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음악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가장 날카로운 형태로 충돌하는 콜라주 같은 알앤비의 비전을 제시한다.” 

프랭크 오션은 몇 년째 소식이 없지만, 괜찮다. 우리에게는 이제 Dijon이 있으니. 

디존, 가수, 알앤비

연관기사

1 / 8

채널 오렌지 이전에, 이 앨범이 있었다

프랭크 오션의 [채널 오렌지]는 그의 공식적인 1집이 맞다. 그러나 그 전에 한 개의 비공식 앨범이 더 있었다.  2011년, 그가 한창 텀블러를 통해 소통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노스탤지어, 울트라]라는 이름의 앨범을 하나 올렸었다. 총 10곡이 수록돼 있었는데 정규 앨범 못지 않게 트랙 순서가 명확히 구성돼 있었다. 당시에 프랭크 오션은 완전한 무명은 아니었지만 스타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

0

“힙합은 죽었다”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하수다

인디밴드 붐이 음악 시장을 한바탕 휩쓸었다. 틱톡을 중심으로 테크노, 하우스 같은 전자음악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오직 힙합만이 2020년대에 들어서 ‘죽었다’라는 키워드와 함께하고 있다. 힙합도 부활을 꿈꾸는 순간이 왔다. 기회가 생겼다. 힙합이 가지는 융통성 넘치는 장르적 허용이 이번에도 무기가 되었다. 어디 붙여놔도 잘 어울리거든 록 음악이 몰락기로 향해갈 때, ‘랩 메탈’, ‘뉴메탈(Nu metal)’과 같은 랩이 가미된 […]

0

완성된 앨범 같은 건 없단다

발매 일정만 6번이 바뀌었다. [BULLY]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말이다.  처음 정해졌던 발매일은 6월 15일, 딸 노스 웨스트의 생일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날 앨범이 공개되는 일은 없었다. 이후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며 결국 2026년 3월 27일에야 모습을 드러냈는데. 무려 여섯 번의 일정 변경 끝에 우리에게 도착한 결과물인 셈.  사실 칸예 웨스트의 ‘발매 난리’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행적을 쭉 따라가다 […]

0

누군가를 알기 위한 가장 다정한 방법, 인터뷰 채널 ‘아틱(ARTIC)’

누군가 “마음에 있는 상대가 옷을 못 입으면 매력이 떨어지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릭 오웬스는 이렇게 답했다. “누군가의 지위 의식과는 관계없는 정말 못생긴 옷을 입고 있다면, 저는 흥미를 느껴요. 그들이 패션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 좋아요. 그들에게 다른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 그게 매력적이에요” – 릭 오웬스, 패션 뉴로시스 인터뷰 패션 디자이너 벨라 프로이트가 진행하는 […]

0

스윙스의 거대한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P 알케미. 래퍼 스윙스가 설립한 종합 힙합 레이블이자, 국힙 역사에서 보기 드문 ‘통합 레이블 시스템’.  스윙스는 2023년 자신이 운영하던 저스트 뮤직, 인디고 뮤직, 위더플럭 레코즈 등을 하나의 지주 구조 아래 묶으며 AP 알케미를 출범시켰다. 한국 힙합에서는 보기 드문 홀딩 컴퍼니형 레이블이었던 셈. 말 그대로 여러 레이블을 하나로 묶어 아티스트 간 협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그의 ‘거대한 […]

0

UK 드릴의 아이콘? 그게 뭔데

내한으로 화제인 센트럴 씨. 그에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UK 드릴의 아이콘’ ‘UK 드릴’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시초는 영국이 아닌 201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반 시카고는 ‘살인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높은 범죄율을 기록했다. 당시 시카고 기반으로 활동하던 치프 키프, 지 허보, 릴 리스 등의 래퍼들은 총기 살인에 대한 가사를 썼는데. 강도, 살인과 같은 강력 […]

0

나야, 조나단 앤더슨의 뮤즈

이번 디올 맨즈 26FW 쇼의 시작과 끝 음악은 모두 한 사람이 장식했다. 맥기(Mk.gee), 본명 마이클 고든(Michael Gordon). 정규 앨범 한 장밖에 없는 인디 싱어송라이터가, 조나단 앤더슨의 마음에 제대로 박혔다. “LA에서 제가 요즘 굉장히 빠져있는 뮤지션을 만났어요” 앤더슨은 컬렉션 준비 전, 맥기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조용한 분위기에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누에고치처럼 패딩 점퍼 두 개를 […]

0

이 트랙, 피처링이 누구였더라?

외힙을 듣다 보면, 후렴구에서 유독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런던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샘파(Sampha)’. 뛰어난 보이스를 소유한지라, 목소리 하나만으로 동시대 유명 아티스트들의 곡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샘파는 2007년, 런던 프로듀서 Kwes를 만나며 본격적으로 음악계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시작했는데. Kwes는 그를 여러 뮤지션들과 연결하며 음악적 지평을 넓혀준 결정적인 연결고리였다. 이때부터 샘파는 칸예 웨스트, 프랭크 오션, 드레이크 등과 작업하면서 여러 음악적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