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앨범 같은 건 없단다
발매 일정만 6번이 바뀌었다. [BULLY]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말이다. 처음 정해졌던 발매일은 6월 15일, 딸 노스 웨스트의 생일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날 앨범이 공개되는 일은 없었다. 이후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며 결국 2026년 3월 27일에야 모습을 드러냈는데. 무려 여섯 번의 일정 변경 끝에 우리에게 도착한 결과물인 셈. 사실 칸예 웨스트의 ‘발매 난리’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행적을 쭉 따라가다 […]
발매 일정만 6번이 바뀌었다. [BULLY]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말이다.

처음 정해졌던 발매일은 6월 15일, 딸 노스 웨스트의 생일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날 앨범이 공개되는 일은 없었다. 이후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며 결국 2026년 3월 27일에야 모습을 드러냈는데. 무려 여섯 번의 일정 변경 끝에 우리에게 도착한 결과물인 셈.
사실 칸예 웨스트의 ‘발매 난리’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행적을 쭉 따라가다 보면, 패턴은 정해져있다. 특히 그의 7집 [The Life of Pablo]가 그 정점에 있는데. 당시 앨범은 발매 전부터 혼란의 연속이었다. 제목은 ‘So Help Me God’에서 ‘SWISH’, 다시 ‘WAVES’로 끊임없이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위즈 칼리파와의 공개적인 갈등까지 불거졌다. ‘Wave’라는 표현의 기원을 두고 ‘맥스 비’를 언급한 디스가 오가면서 상황이 격화되었던 것. (*특유의 멜로딕하고 레이백한 랩핑과 음악 스타일을 대변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맥스 비의 Wave가 진짜지. 칸예야.” – 위즈 칼리파
결국 수차례 번복 끝에 제목은 ‘The Life of Pablo’, 즉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T.L.O.P’로 확정됐다.
트랙 역시 숨쉬듯 바뀌었다. 발매 이후에도 곡들이 계속해서 수정됐는데. ‘Wolves’에는 시아의 파트가 추가됐고, 프랭크 오션의 보컬은 별도 트랙으로 분리됐다. 이후에도 믹싱, 보컬, 샘플링이 지속적으로 변경되며 한달 뒤에는 사실상 전곡이 다시 업로드되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칸예 웨스트가 지속적으로 주장한 “살아 숨쉬는 앨범(living, breathing album)”이라는 개념과 맞닿아있다. 앨범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며, 발매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업데이트되는 일종의 프로젝트라는 것. 언제든 음원 수정이 가능한 스트리밍 시대에 맞춰, 그는 음악을 일종의 ‘소프트웨어’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선공개로 반응을 확인하고, 이후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하는 방식.
사실 이 앨범 전까지 음악 산업은 CD나 다운로드를 통해 소유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한 번 발매된 음원은 사실상 ‘고정된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파일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개된 곡을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칸예의 [The Life of Pablo]는 최초로 ‘발매 후 수정’이 대중적으로 가시화된 앨범이기도 했다.

이러한 접근은 이후 [DONDA]에서도 반복됐고, 더 나아가 [VULTURES 2]에서는 아예 ‘미완성 상태로 공개 후 수정’이라는 전략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 바로 [BULLY]. 이번 앨범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사실상 ‘AI 보컬’이다. 선공개된 5곡 중 ‘DAMN’을 제외한 대부분의 트랙에 AI 음성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며, 팬들과 커뮤니티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칸예는 AI가 과거 ‘오토튠’처럼 음악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봤지만, 대중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입장을 바꿨다. AI 보컬을 전면 재녹음하겠다고 밝힌 것. 이후 프로듀서의 증언을 통해 실제로 상당수 트랙이 다시 녹음됐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발매 직전, 그는 X를 통해 “불리 곧 나온다. AI 안 썼다”라고 선언하듯 말했는데. 리스닝 파티에서도 일부 AI 보컬이 제거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3월 27일 공개된 최종 음원은 완전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었다. 대부분 트랙에서는 실제 보컬이 사용됐지만, 일부에는 여전히 AI의 흔적이 남아있던 것. 그만큼 작업이 촉박하게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이번 앨범은 최소한 이전보다 ‘인간적인 사운드’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추후 업데이트될 가능성 또한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칸예 웨스트의 이러한 행보는 현재 음악 팬들 사이에서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칸예 다운 참신한 시도’라는 입장과 ‘앨범은 내면 끝’이라는 입장. 전자를 주장하는 자들은 오히려 그의 방식이 스트리밍 환경에서는 자연스러운 태도라고 본다. 팬 입장에서 봤을 때도 제작 과정에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변화하는 결과물을 계속 경험하는 재미로 인해 리스너들의 청취 경험 자체를 확장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후자는 칸예의 방식을 작품성 훼손이라고 여긴다. 발매 후 수정되면 작품의 기준이 계속 흔들리기 때문인데. 같은 앨범인데도 시기에 따라 버전이 다를 경우에는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약화된다. 미완성 상태에서 공개하는 건 리스너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 없기도 하고. 특히나 음악은 영화나 소설처럼 한 번 완성되면 그 형태로 남는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의 방식은 어쩌면 완성도를 포기한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BULLY]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남긴 셈. 앨범은 완성되어야 하는가, 혹은 계속 변화해도 되는가. 줄곧 그 가운데에 서서 경계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는 칸예 웨스트. 수많은 음악 팬들의 논쟁 속에서 그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